"선생님 귤이 썪어요!"
“선생님 귤이 썩어요!”
사거리 모퉁이에 자동차를 세워두고 차 시동을 켠 채 과일을 차 주위에 펼쳐 놓고 파는 가게가 있다. 일 년이 넘도록 그곳을 지나쳐 다니면서 한 번도 신경을 써 본적도 없이 그 곳을 지나 다녔다. 어느 날부터인지 한번은 과일을 사주어야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 길을 지나다니는 사람으로 마음의 세를 치르고 지나 다녀야 할 것 같았다. 그러나 과일을 좋아 하지도 않고, 술을 좋아하는 남편은 과일이 썩어도 처다 보지도 않기 때문에 과일을 산다는 생각은 해 보지도 않고 다녔다. 과일 자동차가 왠지 마음에 걸려 ‘저기서 과일이 잘 팔릴까?, 하루 종일 사람을 기다리는 것이 힘들지는 않을까?’ 등 많은 생각을 하며 그곳을 지나쳐 간다.
선생님!
그러던 어느 날 누구 집을 방문해야할 일이 생겼다.
‘그렇지 그 과일자동차 가게에 가서 한번이라도 팔아주자’ 라고 생각하고 내가 방문할 집과는 전혀 다른 방향이지만 기회가 닿아 그곳으로 갔다. 도로 모퉁이에 차를 안전하게 세우고 과일을 사기 위해서 과일이 펼쳐져 있는 자동차 뒤쪽으로 가는데
“선생님”하고 부른다. “어머 너는 00아이니니?” 깜짝 놀라서 큰 소리로 물었다.
“네, 선생님”, “00야, 너 여기서 일 년이 넘게 장사하고 있었던 것이냐?”
“네, 이년이 조금 넘었어요.” 정말 놀랐다. 저 아이는 좋은 가정에서 동네에서 존경받던 집안의 막내아들이었다. 공부를 너무 싫어해서 야단을 치면 저 아이는 “엄마가 시내에 있는 건물을 저를 준대요.” 하곤 했다. 그 아이가 40 후반에 접어들어 길에서 과일 좌판을 벌리고 있다니 정말 놀라서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더 놀라운 사실은 이혼한 상태로 딸 둘을 데리고 엄마와 살고 있다고 한다.
‘귤이 썩어요!’
눈보라가 세차게 부는 날 일부러 과일을 사러 자동차가 있는 과일 가게로 갔다. ‘그렇지 이렇게 춥고 바람이 부는 날인데.’ 나오지 않은 것을 보고 마음이 놓였다. 이렇게 추운 날 나왔으면 팔지도 못하고 고생만 했을 것이다. 며칠 뒤 날이 회복되어 다시 찾았다. 나를 보고는 차안에서 얼른 나와서 차렷 자세를 한다. 옛날 공부안하고 착하기만 했던 모습이 보인다. 진열된 자동차에는 귤만 있었다. “밥은 어떻게 먹니?”하고 물었다. 제 때에 밥을 먹는지 궁금했다. “전화만 하면 모든 것이 다 배달돼요.”라며 걱정할 것이 없다고 대답한다.
“날이 풀려서 장사하기 힘들지 않겠다.”라고 말하자 엉거주춤한 자세로 두 손을 앞으로 모으면서 “선생님 날이 따뜻하면 귤이 다 썩어요,”하며 금방 울 것 같았다. 귤 한 상자를 사가지고 오면서 가슴이 메어지고 눈물이 볼 위로 흐른다. 집에서 상자를 풀어보니 정말 썩은 귤이 몇 개 나왔다.
비가 온다
비가 막 쏟아진다. 대전 강의를 마치고 오는 밤에 자동차 과일 가게를 찾아 간다. 비가 앞이 안 보이는 이 밤에 이 아이는 가게를 접고 들어갔을까? 멀리 빗속에 자동차가 보인다. 딸기상자가 차안에 그득 실려 있고 그 아이는 차안에 앉아 있었다.
“딸기 주세요.” 나이가 든 제자에게 반말이 안 나와서 높인 말을 쓰게 된다.
“선생님 딸기가 드실게 없어요.” “저기 딸기가 한 차 있는데”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딸기는 생물이라서 하루가 지나면 상품가치가 떨어져서 팔수가 없어요. 더구나 이렇게 비가 하루 종일 오는 날은 습해서 딸기가 먹기에 적합하지 않아요.” 라고 말하면서 시선을 피한다. “그러면 이 많은 딸기를 어떻게 하려고?” 걱정이 돼서 물었더니 내일 아침에 쥬스를 할 사람이 찾아오거나, 딸기 쨈을 만들 사람이 오면 판다고 한다. 나도 내일 아침에 쥬스를 만들어 먹겠다고 사가지고 왔다.
눈 비가오거나 바람이 세차게 불거나 날씨에 이상이 있는 날 나는 그곳을 찾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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